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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겨울, 광장은 극장이었다.. 탄핵의 서사, 젊은 눈으로 기록되다

 지난 겨울,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탄핵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는 국민들을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다. 이후 두 달여간 이어진 탄핵 정국 속에서 광장과 거리는 분노와 환희, 좌절과 희망이 뒤섞인 거대한 무대가 되었다.

 

서울 청운동 사진공간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123 호외 내일에게 오늘 여기를'는 바로 그 뜨거웠던 현장의 기록이다.

 

20~40대 젊은 다큐 사진가 16명은 계엄령 선포 직후부터 탄핵안 통과, 윤석열 체포와 구속기소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현장 한가운데서 셔터를 눌렀다. 이들이 포착한 106장의 사진들은 탄핵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각자의 신념을 표출했던 개인들의 얼굴, 그들의 몸짓,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전시는 단순히 탄핵 찬반 시위의 모습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김흥구, 남준, 노순택, 문서진, 박광묵, 박민석, 성남훈, 임안나, 아그네스리, 이청, 정운, 주용성, 최요한, 최형락, 황예지, 허란 작가는 저마다의 시선으로 탄핵 정국을 바라본다.

 

어둠 속에서 응원봉 불빛에 의지해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두 여성의 모습, 탄핵 지지 집회 대열 앞에서 힘차게 깃발을 휘두르는 여성의 모습은 탄핵 정국에서 20~30대 여성들이 보여준 저력을 보여준다. 한편, 대통령 관저를 사수하려는 듯 경찰 앞에서 분노에 찬 손가락질을 하는 남성의 모습은 탄핵 반대 진영의 절박함을 드러낸다.

 


특히, 젊은 작가들의 시선은 기성세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들은 거대한 군중 속에서도 개인의 감정과 이야기에 집중하며, 시위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깃발이나 응원봉 같은 소품들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관람객들은 사진 속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서 그날의 긴장감과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류가헌 박미경 관장은 "이번 전시는 SNS를 넘어 조용한 전시장이라는 공간에서 탄핵 정국의 기록을 공유하고, 우리 사회의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진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123 호외 내일에게 오늘 여기를' 전시는 3월 2일까지 이어진다.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젊은 세대의 시각으로 기록한 이번 전시는 2024년 겨울, 대한민국이 마주했던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 숨 쉬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