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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역대급’ 경고등 켜져..나라살림 104조 적자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2024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104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0년(-112조원)과 2022년(-117조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GDP 대비 비율은 -4.1%로, 정부가 설정한 재정준칙(적자 비율 -3% 이내)을 2년 연속 초과했다.
국가채무도 1175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다만 GDP 증가로 인해 국가채무 비율은 전년(46.9%) 대비 소폭 하락한 46.1%를 기록했다. 하지만 총 채무 규모는 전년보다 48조5000억원 늘어나면서 재정 악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필수적으로 10조원 규모의 추경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목적은 대규모 산불 복구, 민생 안정,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소상공인 지원 등이다. 정부는 환경 변화 대응과 재난 피해 복구 같은 제한적 목적에만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재정 지출이 논의되면서 적자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35조원 규모의 대규모 추경을 주장하며, 지역화폐 확대 등 경기 부양성 예산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총지출 증가율을 억제해 온 만큼, 민주당은 추경을 통해 지역경제와 취약계층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대선 국면에서 각 후보 진영이 복지 확대나 생활비 지원 등 포퓰리즘성 공약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선심성 공약이 남발될 경우 중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고령화로 인해 재정 악화가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지만, 내수 침체 상황에서는 재정을 풀어서라도 경제를 떠받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선심성 지출이 아닌 효율적인 재정 운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한 차례의 추경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반기에는 15조원 정도의 추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2차 추경까지 불가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가 확정한 예산 기준으로 관리재정수지 목표는 -73조9000억원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난해보다 약 30조9000억원의 지출을 줄여야 하지만, 추경이 현실화될 경우 이 목표 달성은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이 2185억원에 불과해 추가 재정 지출을 감당하려면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근본적인 재정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지만, 무분별한 재정 적자는 장기적으로 심각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진짜 필요한 곳에 재정을 집중해야 하며, 이를 위해 세수 확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표를 의식한 단기 지원이 아니라 중소상공인 부채 탕감, 최저생계 보장 등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복지지출 구조 개편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익명을 요청한 경제학 교수는 “교육교부금, 기초연금 등 자동으로 증가하는 의무지출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재정 악화는 계속될 것”이라며 “소득세나 법인세보다 은퇴 세대까지 폭넓게 부담할 수 있는 부가가치세 증세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보험 재정이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부가세 증세는 미래 세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선 정국에서 정치권이 어떤 재정 정책을 내놓을지에 따라 나라살림의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