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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와 무당 방울이 런던 미술계를 뒤흔든 이유...영국인들도 놀란 '한국적 미학'

캐나다 출생의 차 작가는 한국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한국 전통문화와 설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마고 할미, 바리공주, 구미호 같은 한국 전설과 무속 문화, 조각보 등 한국적 요소를 현대 미술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터너상 심사위원단은 "차 작가가 한국 무속문화의 황동 방울이나 보자기를 활용해 만든 생생한 조각, 사운드, 설치 작품이 깊은 사유와 매혹적인 예술 세계를 정교하게 보여주었다"며 높이 평가했다. 차 작가의 작품은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적 정체성과 신화적 상상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에 후보로 선정된 작품은 2024년 2월부터 6월까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샤르자 비엔날레 16'에 출품한 설치 작품 '심해의 메아리를 가로지르는 달빛 고백: 당신의 조상은 고래, 지구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이다. 이 작품은 스페인 출신의 베니토 마요르 발레호 작가와의 협업으로 탄생했으며, 깊은 바다와 고래의 이미지를 통해 조상과 기억, 지구 생태계의 연결성을 탐구한다.

차 작가는 이전에도 제주 해녀에게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2022년 제주비엔날레에 참가한 바 있으며, 2023년에는 스페이스K 미술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현재는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소식을 접한 차 작가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나처럼 평범한 예술가의 작품을 좋게 봐주어 감사하고 겸허한 마음이 든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1984년 영국의 대표적 화가 윌리엄 터너(1775~1851)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터너상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현대미술 작가들에게 수여되는 최고 권위의 상으로, 애니시 커푸어, 데이미언 허스트 등 세계적인 미술가들이 수상한 바 있다. 차 작가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은넨나 카루, 이라크 출신의 모하메드 사미, 영국의 레네 마티치다.
최종 수상자는 오는 12월 9일 영국 웨스트요크셔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계 작가의 첫 터너상 후보 진출은 국제 미술계에서 한국 문화와 예술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