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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이뤄진 경찰의 첫 공식 사과... '의령 우순경 사건' 유족들 '늦었지만 감사'

"대한민국 경찰을 대표해 유가족과 피해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김 청장은 고개를 숙이며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경찰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제라도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며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각오로 쇄신하고 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의령 우순경 사건은 1982년 4월 26일, 의령경찰서 소속이던 우범곤 순경이 동거녀와 말다툼 후 의령군 궁류면 일대에서 주민들을 향해 무차별 총기를 난사해 56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 참사였다. 그러나 경찰의 공식적인 사과는 43년이 지난 이번이 처음이었다.
유영환 유족회장은 단상을 내려오는 김 청장의 손을 따뜻하게 잡으며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는 "경찰 대표로 처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해줬다"며 "명예 회복과 피해 보상 약속이 반드시 이행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날 위령제와 함께 준공된 '의령 4·26 추모공원'은 총 사업비 약 30억 원을 투입해 8891㎡ 규모로 조성됐다. 위령탑을 중심으로 어린이 놀이시설, 사계절 녹지공간, 쉼터 등 복합문화역사공원의 형태로 만들어져 희생자들을 기리는 공간이자 주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추모공원 조성은 2021년 12월 오태완 의령군수가 김부겸 당시 국무총리에게 국비 지원을 건의하며 본격화됐다. 이후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특별조정교부금을 지원해 사업을 마무리했다.
오태완 군수는 "위령탑 하나를 세우는 데 42년이 걸렸지만, 추모공원 완성은 1년이면 충분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이제는 과거의 아픔을 넘어 의령의 미래를 열어가야 할 때"라고 말하며 "유족들이 염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 회복과 피해 보상 등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800여 명의 유족과 주민이 참석해 고인들을 추모했다. 특히 행사 중에는 고 전종석 씨가 생전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영상으로 공개되며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이번 공식 사과와 추모공원 준공은 43년간 이어진 유족들의 아픔을 달래고 국가적 차원의 책임을 인정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특별법 제정을 통한 실질적인 명예 회복과 피해 보상이 이루어질지 주목된다.